• 최종편집 2024-09-06(금)
 
  • 그룹 비전 제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 제기되는 상황
  • 칼리버스 실패 시 검증된 전문 경영인 체제 필요성 부상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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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올해 ‘바이오,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이차전지’ 등을 4대 신성장 사업으로 밝혔는데 비전과 전략 설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신성장 사업 중 메타버스 사업을 보자. 롯데는 2021년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사인 칼리버스를 120억 원에 인수 후 70억 원을 추가 출자하는 등 계속된 지원을 해왔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이미 메타버스에서 관심이 떠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은 올해 메타버스를 신성장 사업으로 발표했다. 시대를 읽는 안목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롯데는 오는 8월 메타버스 서비스인 칼리버스를 글로벌 론칭할 계획이지만 사람들의 관심도는 상당히 낮은 상태다. 이는 롯데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칼리버스’ 소개 동영상의 조회수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롯데 유튜브 채널에서 ‘칼리버스’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칼리버스 인트로 영상의 조회수가 1천 회이고 풀버전 영상은 조회수가 4천 회도 안 된다. 칼리버스와 관련해 최근 영상 중 가장 조회수가 높은 것은 “[CES2024] 드디어 공개된 ‘진짜’ 메타버스(Feat.칼리버스)”라는 제목의 영상인데 조회수가 1만2천 회 정도다.


칼리버스에 대한 외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의 조회수 역시 상당히 낮다. MBC에서 6월 27일 보도한 “MBC-롯데이노베이트·칼리버스, ‘메타버스’ 협약”이라는 제목의 뉴스 동영상은 조회수가 1,600회 밖에 되지 않는다. MBCNEWS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453만 명임에도 말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메타버스가 사라졌다는 방증이다.


오는 8월 ‘칼리버스’를 오픈하면 일시적으로 몇 달 동안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는 있다. 언리얼엔진5로 메타버스를 구현했기에 고화질 영상이 비주얼 측면에서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칼리버스 측도 고화질 그래픽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사용자들의 참여에 있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화질 콘텐츠를 제대로 구동하려면 높은 기기 사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빠르고, 높은 사양의 기기를 보유한 이들이 많은 한국 외에 상대적으로 IT 인프라가 좋지 않은 타 국가 네티즌들을 끌어들이는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사용자들을 많이 확보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보면 고화질 영상 중심이 아니라 그래픽 품질은 평범하지만 많은 이들이 쉽게 접속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가 그렇고 아시아 1위인 제페토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또 있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메타버스 서비스조차 변변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네이버제트는 2018년 제페토를 선보였고 200개국에서 4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다양한 분야의 유명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2020년 188억, 2021년 295억, 2022년 726억 영업손실을 냈다.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는 올해 네이버로부터 1,000억 원을 차입한 상태다.


IT 역량이 뛰어난 네이버 계열에서 6년 전 시작해 4억 명에 달하는 유저를 확보하고서도 수익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메타버스 분야에 롯데가 진출해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앞서 밝혔듯이 사람들의 관심은 메타버스에서 떠난 상태다. 서울시가 3년에 걸쳐 약 60억 원을 투입한 ‘메타버스 서울’의 경우 연간 이용자 수가 저조해 오는 10월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것만 봐도 사람들의 관심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대표적 IT 기업인 넷마블도 올해 초 메타버스 사업을 정리했고, 해외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게임과 파티를 할 수 있게 한 메타버스 업체 알트스페이스를 2017년 인수했으나 2023년 3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성공한 글로벌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디즈니조차 2023년 초 메타버스 전략팀 소속 50여 명을 전부 해고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키마우스가 메타버스를 1년 만에 떠났다”고 평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현실 세계가 통제된 것에 대한 대안으로 메타버스가 급부상했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 전략을 바꿔야 함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그렇지 못해 보인다.


만약 롯데의 메타버스 사업인 칼리버스가 실패한다면 신동빈 회장이 발표한 신성장 사업 중 한 부분이 좌초되는 것이기에 경영 능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신사업을 총괄하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도 화살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검증된 전문 경영인 체제의 필요성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와 관련해 롯데 측은 어떤 입장인지 물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4대 신성장 사업의 비중이 각각 다르기에 메타버스 부분이 잘 안되더라도 신성장 사업의 4분의 1이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전체적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시장에서 아직 수익모델이 정립된 상태가 아니다 보니 구조조정 같은 과도기라고 본다. 우리도 기대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롯데가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다 보니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미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롯데 유통계열사들과 연계해 상품을 좀 더 현실감 있게 피팅할 수 있는 등 활용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메타버스 사업이 실패할 경우 불거질 책임론에 대해서는 “신유열 전무가 신성장 사업을 총괄하지만 메타버스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 사업은 롯데이노베이트 안에 있는 칼리버스에서 진행한다. 물론 우리도 관여하고 있기에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잘 안되면 신유열 전무가 잘못한 거라고 공식화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기업은 대표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 밑에 있는 핵심 인사가 이를 총괄하며 추진한다. 사업이 잘못될 경우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책임감이 생길 수 없고 결국 회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롯데가 메타버스 사업의 성패와 관련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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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회장, 사람들 관심 떠난 메타버스를 신성장 사업으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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